건축에게 시대를 묻다 - 민현식의 한국 현대건축 읽기
민현식
돌베개
2006년11월13일
신국판/360 쪽
ISBN 89-7199-248-4 03610
1506 23000 원
 
   내용소개   목차    보도자료   상세정보   독자서평       뒤로
 
2007 문화관광부 교양도서(문화관광부 선정)

이 책은 건축가 민현식이 ‘‘건축을 통한, 이 시대와 이 땅에 대한 진정한 질문과 성찰의 결과로서, 새로운 태도와 제안은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지금 여기’의 건축과 건축가들을 사유해나간 기록이다. 그는 이 성찰의 기록을 통하여 우리 시대의 리얼리티를 진지하게 반성하고, 우리 삶의 의미를 근원적으로 질문한다.
여기에서 다룬 19가지의 한국 현대건축 작업과 건축가들의 작가 정신은, 획기적인 건축적 성취를 보여줌과 동시에 중요한 건축의 담론과 시대적 의의를 제안하고 있다. 필자는 이들 작업에 대한 분석과 사유를 통해 다양성과 불확정성을 특징으로 하는 한국 건축계의 현재와 우리 시대를 진단하며, 나아가 보다 善한 미래를 예측하고자 한다.
 
“지적 감수성을 가지고 시대를 묻는 건축가들” _책을 내면서

제1부 이 시대, 우리의 도시

우리 시대, 도시의 가치 _ 승효상*웰컴시티
도시구조의 건축 _ 김영준*허유재빌딩
건축을 길로 구축한 집 _ 최문규*쌈지길
공동성이 실천된 지혜의 도시 _ 프로리안 베이글+승효상+김종규+김영준+민현식*파주출판도시
이 시대, 우리의 도시 _ 민현식 도시건축론

제2부 삶의 본원적 가치에 대한 질문

변화가 없으면 진보도 없다 _ 김종성*SK빌딩
시민사회가 만드는 건축 _ 책읽는사회만들기 국민운동+정기용*기적의 도서관
열린사회를 지향하는 이 시대의 대학 캠퍼스 _ 민현식*한국전통문화학교
이 시대의 피난처 _ 조병수*□자집
흙건축에서 복원된 우리의 오래된 가치 _ 정기용*자두나무집
우리시대의 한옥 _ 정현화*필당

제3부 편집된 풍경 또는 풍경의 편집

건축적 풍경 _ 조성룡*양재287.3에서 의재미술관을 지나 선유도공원에 이르는 풍경의 여정
땅의 조건에서 도출된 건축풍경 _ 황일인*서귀포 월드컵경기장
삶과 풍경이 조우하는 아름다운 집 _ 이민아+다니엘 바예*교문사
도시의 지형을 새롭게 구축하는 건축 _ 이민*SJW 패션사옥

제4부 감각의 디자인, 경험의 디자인; 우리들의 기억과 욕망

내가 보았던 것을 보려 하십시오 _ 이종호*박수근미술관
이야기꾼으로서의 건축 _ 서혜림*서울시청 직장 어린이집
현상학으로서의 건축 _ 김준성*아트레온
행위가 현상으로 재현되는 공간 _ 김종규*카이스갤러리
오감으로 체득되는 건축 _ 최욱*두가헌


_참여 건축가 프로필
_찾아보기
여기서 다루고 있는 19개의 작업들은 건축가들의 지적 감수성의 산물이다. 그 건축이 서 있는 장소의 특성을 탐색해가는 방편이며, 이를 통해 시대를 성찰한 결과이고, 사유의 흔적들이다. 이 작업들은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한 새로운 건축의 화두들이며, 이들의 실험과 실천은 더 넓은 지평을 열기 위한 노력들이며, 더불어 날카로운 지성과 예민한 감성을 통한 질문이기 때문에 윤리적으로 건강하다.
…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이 집들을 직접 탐방해 보기를 권한다. 건축은 그 어느 설명보다도 현장에서 스스로 감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며, 건축의 진실은 현장에 있기 때문이며, 여러분들이 가진 지적 감수성이 이 건축들이 가진 또 다른 가치들을 발견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건축’이라는 도구로
‘이 시대, 우리의 삶’을 질문한다

이 책은 건축가 민현식이 ‘‘건축을 통한, 이 시대와 이 땅에 대한 진정한 질문과 성찰의 결과로서, 새로운 태도와 제안은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지금 여기’의 건축과 건축가들을 사유해나간 기록이다. 그는 이 성찰의 기록을 통하여 우리 시대의 리얼리티를 진지하게 반성하고, 우리 삶의 의미를 근원적으로 질문한다.
여기서 다룬 19가지의 한국 현대건축 작업과 건축가들의 작가 정신은, 획기적인 건축적 성취를 보여줌과 동시에 중요한 건축의 담론과 시대적 의의를 제안하고 있다. 필자는 이들 작업에 대한 분석과 사유를 통해 다양성과 불확정성을 특징으로 하는 한국 건축계의 현재와 우리 시대를 진단하며, 나아가 보다 善한 미래를 예측하고자 한다.
외세와 타의에 의해 정상적 근대화 과정을 이루지 못하고, 이데올로기의 갈등과 전쟁, 파시즘에 흐른 군사독재정권, 왜곡된 자본주의와 개발 논리, 그에 따른 급격한 도시화와 역사성의 파괴, 배금주의의 과도한 욕망들과 전통적 가치관의 전도 등 어두운 한국 현대사의 족적을 고스란히 밟아온 한국 현대건축의 현실을, 때때로 ‘뿌리를 통째로 뽑아 황량하기까지 하다’고 통탄하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얻은 새로운 희망의 싹은 이미 건강한 변화와 실천을 이룩하고 있으며, 더 큰 희망과 깨달음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건축가 민현식의 ‘근원적 성찰’의 기록
지적 감수성으로 읽어낸‘한국 현대건축의 새로운 화두’

-공동의 가치와 차이의 가치를 인정하고, 다원적 민주주의를 지향한다- ‘공동성’, ‘다원적 민주주의’, ‘차이들’의 인정. 반복적으로 강조되는 이러한 가치들은 공통적으로 중심과 위계, 종속의 관계를 벗어난 보다 자유롭고 열려 있는, 그래서 더 많은 소통이 이루어지는 가능성을 강조하는 개념이다. 이러한 개념이 도입된 건축 나아가 사회는, 전체보다는 부분이 존중받고, 통일성보다는 차이가 가치 있게 여겨지며, 환경이 건축의 조건이 되어 창조의 이름으로 파괴되기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과 역사의 기억으로 보존되고, 거대담론보다는 사회와 건축의 일상이 더 가치를 발하게 된다.

-땅을 건물들로 채움에 앞서, 이 땅의 풍경에 ‘비움’을 구축한다- 땅의 풍경에 비움을 구축하는 일은 단순한 수사적 의미나 미학에 근거한다기보다, 근원에 회귀하는 질문이다. ‘비움’이 만드는 공간은 불확정적 공간이기 때문에 가능성으로 충일하며, 개별적인 상징적 표현보다 상대적 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자연과 인간에 대해 윤리적으로 더욱 건강하다. 또한 투명성과 비물질성 등의 특징을 보이며 사라짐과 채움이 상응되는 ‘비움’의 미학은, 건축을 하나의 ‘대상’으로 보는 표상중심주의를 극복하는 하나의 대안이 된다. 채움에 급급한 이 땅의 건축 현실을 극복하는 중요한 해답이기도 하다.

-건축 환경의 대안을 한국의 전통적 생태사상과 관계론에서 찾는다- 인간을 유한한 존재로 보는 이 시대의 중심 화두인 소위 ‘개발’과 ‘환경보존’의 대립과 갈등은 건축과 도시를 포함한 모든 환경의 존립을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이란 것이 지속되어야 한다면, 이 때 건축의 본원적 역할은 ‘인간적인 것에 대한 새로운 정의’의 탐색이며, ‘인간과 자연의 화해’를 지고의 가치로 상정해야 한다. 필자는 이에 대한 해답을 한국의 전통적 생태사상과 관계론에서 찾고 있다. 이는 협소한 인간중심주의를 넘어 인간과 자연, 인간과 만물이 근원적으로 동일한 존재로서, 이른바 ‘하늘이 사람(人)과 물체(物)를 끊임없이 낳는 이치’에 따라 생명의 율동이 구가되고 있음을 강조한다. 나와 나가 아닌 존재의 개별성을 긍정케 함으로써 서로 존중하는 윤리로 발전되고, 보다 넓은 차원의 평등에 이른다.

-합목적적으로 건축을 짓는 것이 아니라, 땅의 조건에서 건축을 도출한다- 책에서 예시된 ‘공동 善’을 실천한 건축들은, 단순한 기능들을 적합한 목적 하에 수행하기 위해 ‘왜’, ‘누구를 위해서’, ‘어떻게’ 지을 것인가 하는 고민의 결과가 아니라, 어떻게 건축이 생성되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근원적 고민을 우선함으로써 건축을 하나의 형상이나 오브제가 아닌 풍경의 일부이자 지형의 한 흐름으로 읽는 인식의 결과이다. 기존에 존재했던 지형의 흐름에 순응하여 공간을 구태여 디자인하지 않고 그 환경과의 관계와 상황을 디자인한다는 의미이다. 건물이 주역이 되어 특별한 프로그램을 수용할 목적으로 땅 또는 장소를 변형시키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땅의 조건들이 건물을 변형시키는 것이며 건축은 자연의 힘들을 드러내기 위한 조역으로 존재한다.


민현식의 한국 현대건축 읽기_ 차례와 본문 보기

“지적 감수성을 가지고 시대를 묻는 건축가들”_책을 내면서

제1부 이 시대, 우리의 도시

_우리 시대, 도시의 가치   승효상 / 웰컴시티
‘웰컴시티’는 이 시대 도시의 가치 즉 ‘다원적 민주주의’가 건축으로 실현된 곳이다. 가능성으로만 충일한 ‘보이드’를 잠재하고 있는 내외 공간들은 최대한의 자유가 보장된 공간과 장소이며, 여기서 획득한 자유는 가장 ‘좋은 소통’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감각적이고 피상적인 현상론에 빠지지 않는 한, 이 집 ‘웰컴시티’는 지금 이 시대의 도시를 향한 힘 있는 선언이며,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충분한 설득력을 가질 것이다.

_도시구조의 건축   김영준 / 허유재병원
결국 이 프로젝트는 집적에 관한 하나의 대안이다. 지면이 겹쳐지고, 독립된 연결고리로 내부공간과 외부공간이 혼재되는 제안이다. 이를 통하여 고밀의 현실, 복합의 현실에서, 느슨한 여유를 획득한다. 실험과 재정의의 과정을 통해 결과된 ‘허유재병원’은 하나의 작은 도시이다. 이 집 속에는 주택도 있고, 사무실, 생산 공장, 학교, 병원, 상점 등이 있고, 이 집들을 잇는 길이 있고, 쉴 수 있는 공원이 있으며, 이 도시를 걸으며 사람을 만나고, 근사한 풍경을 만난다.

_건축을 길로 구축한 집   최문규 / 쌈지길
여기서 최문규는 흔히들 건축이 노리는 아름다운 공간을 디자인한 것이 아니라 마당과 길을 만들 뿐이다. 나아가 길을 건축화했다기보다는, 건축을 길로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곳을 이곳답게 하는 것은 어깨를 부딪치면서 만나는 사람들이다. 여기에 구축된 길의 공간은 이곳을 채울 사람들을 위한 배경이 되는 장치일 뿐이다. 그래서 여기서의 미학은 사람들의 행태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곳이며,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사건으로 드디어 이곳의 가치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_공동성이 실현된 지혜의 도시
프로리안 베이글+민현식+승효상+김종규+김영준 / 파주출판도시
이곳의 지문을 가능한 지우지 않는 원칙을 대전제로 하였고, 이 도시에 세워질 구축물들이 이 지문을 더 강화시킬 수 있도록 했다. 그것은 이 땅의 생태계를 보존하는 최선의 길이며, 또한 이 땅의 역사에 신생 도시를 편입시킴으로써 이 신생 도시의 역사의 깊이를 더 깊게 할 것이다. 모든 도시적, 건축적 개념의 실천을 넘어, 이 특별한 도시에서 진정으로 성취하고자 했던 것은 우리들의 삶을 풍부하게 할 ‘공동성(communality)’의 실현이다. 이 도시는 새로운 도시지만, 우리는 이것이 생소한, 새로운 땅으로 보이기를 원치 않았고, 오히려 우리들의 아름다운 과거의 기억에 기반을 둔, 모든 이들에게 친근한 도시이기를 바란다.

_이 시대, 우리의 도시   민현식 도시건축론


“도시는 하나의 사물(事物, a thing)로서 물상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過程, a process)으로서 인식되어야 한다.”


제2부 삶의 본원적 가치에 대한 질문

_변화가 없으면 진보도 없다   김종성 / SK빌딩
이렇듯 건축가 김종성이 보여준 건축은 많은 모더니즘의 선구자들이 조금씩 다른 표현으로 앞 다투어 선언한 “우리 시대의 건축은 우리 시대의 수단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시대의 의지(意志) 즉 시대정신(時代精神, Zeitgeist)의 발현이다. 이러한 철학의 산물인 김종성의 건축작품 모두에 일관되게 나타나는 특성은 효용성, 투명성, 융통성, 그리고 기능의 명쾌한 표현 등이며, 이와 더불어 르네상스의 장인들과도 같은 고전주의적 건축 실천이념을 견지하고 있다.

_시민사회가 만드는 건축   책읽는사회만들기 국민운동+정기용 / 기적의도서관
‘기적의도서관 프로젝트’는 비록 작은 것이지만 시민운동이 획득한 공간이며, 더불어 사회가 건축을 생성한다는 새로운 건축 프로세스의 최초의 불씨라는 점에서 우리를 무척이나 기쁘게 한다. ‘순천 기적의도서관’은 많은 주민들의 적극적 참여와 지자체의 노력 그리고 거기에 봉사하는 건축가들의 역할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좋은 교훈 또한 남기고 있다. 즉 시민단체와 지식인들의 사회참여 방식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풍부한 논의와 건강한 방안을 끌어낸 작업이기도 하다.

_열린사회를 지향하는 이 시대의 대학 캠퍼스   민현식 / 한국전통문화학교
이 시대의 정신은 열린사회를 지향하고 있으며, 이 시대의 학교 공동체는 이러한 열린사회의 대표적 모범이어야 한다. 대학 지식의 거대한 집적이 도시 커뮤니티의 리얼리티와 긴밀하게 짜여져야 한다. 이러한 틀의 구축이 새로운 시대, 새로운 지식, 새로운 문화를 창조할 수 있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시대, 학교의 공동체는 이 시대의 도시와 같이 다양성, 다의성이 극대화되어 행위의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이에 대응하는 캠퍼스의 물리적 조직 역시 중심을 지우고 위계를 해체하여 가능성의 영역들을 흐트러뜨림으로써, 구성원들의 자율적 선택을 보장하고 부추겨야 한다.
_이 시대의 피난처   조병수 / □자집
이 집은 우리의 전통적인 정사(精舍)에 관한 역설적 대안이다. 오늘날 풍요한 건축에 반하는 비건축이다. 통념적 ‘건축’, 표준적(graphic standard) ‘건축의 방법’에 과감하게 대립하면서, 조병수는 이 집을 가지고 세상을 묻고 있다. 그래서 이 집은 우리의 지금의 현실에 대한 성찰의 도구로서의 건축공간이다. 그래서 재료의 사치와 시각적인 쾌락에 대하여 지극히도 엄격하다. 기오정신(寄傲精神)이 이 집의 공간에 깊이 도사리고 있다. 이 집은 조선시대 선비들의 정신이 정작 이 시대에 다시 되새겨야 할 가치임을 역설하고 있다.

_흙 건축에서 복원된 우리의 오래된 가치   정기용 / 자두나무집
정기용의 건축은 먼 데서가 아니라 아주 가까운 바로 우리들의 땅과 역사와 그 속의 일상적 호흡 속에, 우리들이 의연하게 지속시켜야 할 우리들의 건축이 있다고 믿는다. 그렇게 해서 그는 잃어버린 우리들의 신화를 되찾고자 한다. 그렇게 해서 이 시대의 의미 있는 건축의 물줄기를 형성해가려 한다. 이러한 뜻으로 그는 바로 저 ‘흙’ 속에서도 그것을 길어낼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그것은 전통을 현재화한다는 의미를 넘어서는 일이다. 흙의 본래적인 속성들을 이 시대의 삶 속에 투영(投影)하는 일, 지속 가능한 오래된 가치를 지금 여기 이 땅에 복원하는 일, 그것이 중요한 것이다.  

_우리시대의 한옥   정현화 / 필당
우리가 정작 주목해야 하는 이 집의 가치는 바로 ‘필당’이 말하려고 하는 ‘이 시대, 이 땅의 도시주택’이 가져야 할 덕목들이다. 이 집은 우리의 전통적 주택이 가지고 있었던 정신을 강하게 이어가고 있으면서, 그것들을 이 시대의 정신에 투과하여 작가의 가치관에 의해 비판적이며 선별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이 더욱 빛난다. 첫째 방들의 기능을 하나로 미리 지정하지 않고 모호하게 흩으러놓고 있음이다. 둘째 ‘필당’에서의 마당은 이러한 우리 전통 마당의 공간적 감각을 고스란히 이어받고 있다. 셋째 미래의 변화에 대응하도록 준비되어 있는 공간 조직의 특성이다.

“땅에 누워 있는 흙을 길어, 신체에서 나온 힘으로 다지고, 그렇게 해서 공간을 만들어나간다는 것은 위대한 일처럼 보였다. 지구의 살과 피부로 사람의 집을 짓는다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은 없는 듯 보였다.”


제3부 편집된 풍경 또는 풍경의 편집

_건축적 풍경
조성룡 / 양재287.3에서 의재미술관을 지나 선유도공원에 이르는 풍경의 여정
그의 풍경은 잠재의식의 세계와 현실세계의 중간에 위치하고, 그래서 그의 풍경은 이제 ‘아주 특별한 풍경’이 된다. 물을 생산하던 공장이 이제 생명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바뀐 ‘선유도공원’에서 우리는 그것을 확실하게 본다. 숨 막힐 듯 꽉 찬 도시공간을 떠나, 무연한 한강의 빈 공간 더구나 다리를 건너 피안의 세계와도 같은 이곳 물의 도시에서, 그는 우리를 섬뜩하게 감지되는 빛과 바람에 마주서게 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이곳, 한 때 특별한 기능을 가졌던 구조물들이 물질 본원의 존재로 환원된 이곳에서 우리는 자연과 생명의 본원을 향해 열려 있는 문지방에 서 있음을 문득 감지한다.

_땅의 조건에서 도출된 건축풍경   황일인 / 서귀포 월드컵경기장
가깝게 고금산 그리고 멀리 웅대한 한라산까지 그리고 옥빛 바다와 범섬을 비롯한 기형괴석의 바위섬들을 관중석에서 열어 보임으로써 경기장의 또 하나의 매력으로 삼았다. 풍경의 확보를 위해 열어두어서 경기장의 위요감(圍繞感)이 덜하여 관람객과 선수들의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우려를 과감히 물리치고, 유연한 구조체로 틀을 만들어 내다보이게 하는 이곳에서의 경관은, 관람객을 더욱 즐겁게 할 뿐 아니라 안과 밖의 풍경을 일체화하는 연결고리로 삼아 경기장의 일상이 되었다. 축제를 도시의 일상으로 만드는 것은 경기장의 또 다른 중요한 목표이기 때문이다.

_삶과 풍경이 조우하는 아름다운 집   이민아+다니엘 바예 / 교문사
그 땅 위에, 그 풍경 속에 인공의 구축물을 틈입시키는 일, 그리고 세월이 지나 그것이 풍경의 요소로 늙어가기를 바라고 언젠가는 소멸할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는 일, 그것이 이 시대 건축가의 일이다. 집을 내 의지대로 상상해 그려내기보다 우선 주변의 환경을 잘 살필 것이고, 그 살핀 결과가 설정하는 조건들로 집을 만들어 이것이 한동안 환경과 끊임없이 서로 주고받으며 세련되어져가서 어느 날, 그 집도 주변 환경의 한 인자로 근사하게 변용(變容)되기를 기대한다. 이 집, ‘교문사’는 이러함에 충실하다. 주어진 땅에 집을 가볍게 올려놓는다. 그래서 이 집은 풍경에 함몰되어 있는 듯, 얇게 그려져 있다. 선들은 위계와 우열이 없으며, 그 선들이 만든 면이 그러하고, 그것이 만든 공간 역시 그러하다.

_도시의 지형을 새롭게 구축하는 건축   이민+손진 / SJW 패션사옥
이민과 손진의 눈은 재빨리 잎과 가지와 둥치를 잡아낸다. 그것이 그들의 가장 훌륭한 건축가로서의 능력이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누구보다 “대지”를 잘 이해하고 있으며, 대지로 구성되어 있는 도시조직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그래서 그들의 건축공간은 그곳에 있는 ‘대지’를, 그것들의 조직을, ‘기존의 사물’을 경외하는 데 바쳐지고 그래서 그들의 공간은 때로는 미니멀하게, 때로는 과장되기도 하며, 때로는 드라마틱하면서, 도시의 기존 지형에 대응하고 있다.


제4부 감각의 디자인, 경험의 디자인; 우리들의 기억과 욕망

_내가 보았던 것을 보려 하십시오   이종호 / 박수근미술관
이종호의 작업은 단순히 박수근 공간의 직설적 표현을 넘어, 이종호가 선택한 박수근의 풍경을 가장 잘 감지하도록 이 집의 동선을 조절하고, 그에 따라 지형을 손질하여 그것의 시점을 극대화되도록 한다. 새롭게 창조된 이종호의 지형이다. 비단 시각적인 풍경만이겠는가. 들판을 가로질러 흐르는 바람, 바람을 맞는 나무들의 노래들, 그리고 코끝에 감지되는 신선한 대기. 이런 것들이 디자인 요소가 된다.
그 여정 속에 문득, 풍경과 함께 박수근의 작품을 만나게 한다. 박수근 작품의 분위기(aura)를 주변의 환경과 같이 느낌으로써 우리가 선입견으로 가진 박수근 작품의 ‘감상주의’를 넘어, 박수근의 진실과 직접적으로 맞닥뜨리게 한다.

_이야기꾼으로서의 건축   서혜림 / 서울시청 직장 어린이집
서혜림이 여기서 차용(借用)하고 있는 ‘퍼즐이론’은 참으로 적의적절(適意適切)하다. 그들만의 공동사회에서의 나눔을 통하여 서로 간의 연관성에 대한 배움이 이루어지는 어린이집은 마치 ‘퍼즐’과도 같다고 서술한다. 퍼즐은 많은 조각들을 끼워 맞추어가면서 점차적으로 숨겨져 있던 이야기를 드러낸다. 이 집은 이러한 ‘퍼즐’처럼 각각 개성(個性; 고유한 성질)을 가진 공간들로 구성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각 공간은 닫힌 방이 아닌 서로 간의 다양한 연결성 또한 중요하다. 어린이의 눈높이와 어른의 눈높이가 동일한 선상에서의 만남, 또는 시선의 엇갈림을 통한 서로의 발견, 회전되고 슬라이딩되는 방과 방을 연결하는 벽체는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건축이다.

_현상학으로서의 건축   김준성 / 아트레온
대부분의 영화관이 영화가 상영되는 블랙박스들과 그것들을 지원하기 위한 공간들의 합리적인 배열에만 열중하고 있을 때, 김준성의 태도는 사뭇 다르다. 스티븐 홀과도 같이, ‘영화의 본질’을 건축화하려 한다. 김준성의 ‘아트레온’은 영화를 빙자하고는 있지만, 실은 우리의 지각작용에 기인해 존재하는 시간들, 직선적이고 획일적인 시간만이 아닌 의식의 시간까지도 주목한 건축이며, 이는 건축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지평을 우리에게 선사하고 있다.

_행위가 현상으로 재현되는 공간   김종규 / 카이스갤러리
이는 김종규가 갤러리라는 공간을 디자인한 것이 아니라 관계와 상황을 디자인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이곳에서의 공간, 전시물, 관객의 분류는 무의미해진다.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기보다는 오히려 갤러리 자체가 작품의 협조를 받은 전시물일 수도 있다. 그래서 바닥을 밟고, 계단을 오른다는 느낌보다는 진행 중인 설치미술의 중심으로 걸어 들어가 공간과 작품과 관객이 일체화하여 안정될 때까지 갈등 상황을 매순간 만들어내고 있다. 이는 이러한 3자의 만남이 고양되는 순간을 위한 일종의 의식(儀式)이고, 그래서 이곳은 행위(performance)가 현상(appearance)으로 재현(representation)되는 가능성으로 충일(充溢)한 공간이다.

_오감으로 체득되는 건축   최욱 / 두가헌
그것이 이곳, 두가헌에 부가한 최욱다운 디테일로 실현된다. 디테일의 일차적 기능은 재료나 공간의 사이를 순하게 연결시키는 것이지만, 여기서의 디테일은 오히려 상황과 시간의 사이, 그 변화에 따라 빛*색깔*소리*냄새*촉감 등 우리의 감각을 측정하고 감지하게 하는 하나의 장치 자체로 동원되었고, 보는 이의 심성이 공간의 변화와 행복하게 만나게 하는 동기를 유발하는 틀이 된다. 그래서 두드러지는 두 집의 형태와 색깔을 한발 물러서게 하고, 형태를 이루고 있는 질감들은 그 섬세한 디테일로 하여 서로가 서로의 배경으로 용융된다. 이것이 모든 바닥*벽*천장 그리고 가구들에 동일하게 적용되어, 가능한 한 이 세 평면, 한옥과 양옥 그리고 마당의 경계 또한 지워진다.

저자 민현식 FKIA, Hon. FAIA

1946년생. 서울대학교 건축과를 졸업한 후 공간연구소의 김수근, 원도시건축연구소의 윤승중 문하에서 건축을 연수하고 실무를 익혀왔으며 런던 AA건축학교에서 수학하였다. 1992년 민현식건축연구소 기오헌(寄傲軒)을 설립하여 독자적인 건축 활동을 시작하였고, 1997년 이후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건축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일련의 신도리코 건물들, 국악중고등학교, 의정부성약교회, 한국전통문화학교, 파주출판도시 건축설계지침과 출판물유통센터, 대전대학교 마스터플랜, MACC Center,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 기본 구상 등 작품과 작업들 그리고 4*3그룹, 건미준(건축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서울건축학교 등의 활동을 통하여 이 땅, 이 시대 건축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공간대상 건축상, 김수근문화상, 건축가협회 아천상, 엄덕문건축상 등과 여러 차례의 건축가협회상을 수상하였고, 4*3그룹 건축전, 1996*2002 베니스 건축비엔날레, 구림마을 흙의 축제 등 건축전에 참가하였으며, 미국 펜실베니아대학의 초청으로 《비움의 구축-민현식+승효상》전을 가진 바 있다.

‘비움의 구축’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이 시대, 우리의 건축과 도시를 탐색하고 있는 민현식을 Hon. FAIA에 추천한 건축가 김태수는 “건축과 사회 그리고 예술혼의 진실성에 대한 그의 지식과 이해의 깊이는 견줄 데 없다. 만일 우리가 건축가는 지적 감수성을 가지고 보편성을 탐구하는 사람이라는 데 동의한다면, 그는 그런 사람이다.”라 말한다.

분야/시리즈
예술
건축으로 본 시대상...
작성자 : 장선아
평점 : ★★★★ 작성일 : 2007/04/11

때로는 호기심을 감당할 수 없을 때가 있다. 주체할 수 없는 궁금증이 아닌 막상 호기심을 일으키고 보니 그 결과에 동화되지 못함을 말하는 것이다.
이 책을 고를때 나의 호기심을 충분히 검토해 보지 않았음이 바로 드러났다.
'건축에게' 여기까지는 좋았다. 건축에 관해 워낙 문외한인지라 호기심에 읽어보고 싶었을 뿐이였는데 미쳐 '시대를 묻다'라는 것에 큰 비중을 두지 않은 것이 표면적으로 떠오르고 말았다.
시대를 묻는다는 것에 대한 의구심을 일으켰어야 했는데 '건축'이라는 화두에 쏠려 시대를 묻는다는 것은 건축을 뒷받침해 주는 적절한 배경으로 생각했다.

분명 이 책에서 건축 혹은 건물이 주축이기는 하지만 시대의 말함은 건축과 떼어놓을 수 없는 무게감으로 다가왔다. 그 무게감의 낯섬은 건축가를 인식하고 있는 나의 의식을 것이다.
분명 건축을 한다는 것은 미적 감각을 떠나 창의력과 독창성이 부여 되는 예술의 혼이 담겨 있는 작업임에도 단순히 건물을 짓는 사람으로만 생각했다. 어느 순간 건축가라는 존재를 깨닫고 있는게 아닌 우후죽순처럼 솟아나는 똑같은 건물들에 질려 건축만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주변의 경관과 독특함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같은 것들만 지어내는 주변의 건축물들을 보면 사람이 지었다라기 보다는 기계로 찍어낸 듯한 인간미가 사라진 삭막한 세계일 뿐이였다.
그랬기에 내가 인식하고 있는 건축가는 노동의 한 복판에 서 있는 요소일 뿐이였다.

그러나 저자는 말한다. 지적이면서도 감수성을 가진다는 것은 모순처럼 보이지만 건축가는 지적 감수성을 가지고 세상을 보는 이들이라고.
이 말을 무심코 지나치지 않았지만 이 말을 능가하는 철학적 사고와 아름다움을 건축가들이 지니고 있다는 것에 놀라고 말았다. 분명 이들은 건축가들이지만 그들이 말하는 언어는 노동의 거침도 아니였고 자의식의 젠체도 아니며 자기들만의 세계에 빠져 허우적대는 좁은 식견을 가진 것도 아니였다. 건축을 통한 시대를 말한다는 것은 단순히 건축물을 놓고 요즘의 세태나 유행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물 안에 들어 있는 그들의 혼을 말하고 있었다.
건축을 통해 철학을 하고 있다는 말을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예술의 미는 제쳐두고 그들의 언어는 날카롭고 깊었다.
때론 우뚝 솟은 건물 안에서 때론 야트막하고 자연에 순응하듯 도심의 한가운데 떠 있는 포근함 속에서 그들은 모든걸 토해내고 있었따. 그 토함은 너무 깊은 곳에서 올라 왔기에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어 혼돈의 늪 속에 빠져 버렸지만 허우적 거림이 나쁘지 않았다.

너무나 유명한 건축을 또는 건축도시의 거대함, 위대함 앞에 주늑들지 않고 허우적 거림을 만끽할 수 있었던 것은 밖에서 건물을 쳐다보는 능동적인 시각을 버리고 건물 안에서 바깥 세상을 바라보게 만들어 준 그들의 배려 덕분이였다.
실로 밖에서만 찍어대는 건물의 모습에 익숙한 우리는 이방인에 불구했다.
그러나 건물 안에서 밖을 바라봤을 때의 시각의 충족은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이였다.
그래서 지적 감수성을 가지고 세상을 보는 이들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 것이 바로 안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이였다. 밖에서 바라볼때의 낯섬은 존재하지 않은 채 공간속의 포근함은 안으로 들어다 보기 전에는 알 수가 없다.

또한 이 책을 통해 구체적으로 알게된 환경결정론의 의도는 늘 나의 갈망이였지만 이 책 속의 건축물들을 보고 나니 그 의도에 순응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면 거주하는 사람들의 정신적,신체적 복지가 향상된다는 환경 결정론은 비단 특별한 사람들만이 아닌 우리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며 투기로써 집을 마련하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위해 집을 꾸미는 것이 참으로 어리석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랬기에 도연명의 귀거래사에 나오는 말은 세속을 잊고 욕심을 버리고 내 삶의 향상을 돕고 있었다.

남창에 기대어 마음을 다잡아 보니
무릎 하나 들일 만한 작은 방이지만 편안함을 알았노라

어쩜 단아하면서 햇살이 그득한 집을 바라는 것도 욕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그동안 창을 통한 바깥 세상을 보지 못하는 어두움을 안고 사는 시각을 지녀 왔는지도 모를 일이다.